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한국 현대미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요즘이다. 그 가운데 한국 현대미술을 집중 조명하거나 지원하고 있는 기관들을 살펴보면, 우선 뉴욕 첼시에 위치한 티나킴갤러리(Tina Kim Gallery)는 한국의 단색화 화가들의 작품 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디아스포라 작가들을 조명하면서 아시아 동시대 미술을 소개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25년 트라이베카 지역에 문을 연 한화문화재단의 스페이스 제로원(Space ZeroOne) 역시 한국현대미술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카날 프로젝트(CANAL PROJECTS) 역시 2022년부터 2026년까지 한국 작가를 포함한 국내외 작가들을 중심으로 전시, 출판, 레지던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왔으며, 이후에는 전시 공간 운영을 마치고, 연구 지원 및 전시 지원의 형태로 그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영리, 비영리의 구분을 넘어서, 이들 기관들이 한국 현대미술과 한국 작가들을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가운데, 뉴욕 맨해튼과 브루클린 지역에 한국인 기획자들이 직접 기획하고, 공간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운영하고 있는 대안적 형태의 전시 공간들이 눈에 띄어 소개하고자 한다. 


Subtitled NYC에서 열린 송예환 작가의 개인전 <The Other Internet>(기획: Brian Droitcour) 
전시 전경(2026) 사진 제공: 황정인


먼저 브루클린 그린포인트 지역에 위치한 ‘Subtitled NYC(SubtitledNYC.com, 이하, 섭타이틀드)’는 미술을 전공한 장재준 디렉터가 2022년에 설립한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로, 뉴욕 현대미술계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작가들의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작품을 활발하게 소개하는 대안적 성격의 전시 공간이다. 섭타이틀드는 회화, 조각, 오브제, 설치, 드로잉,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활동하는 신진 및 중진 작가를 발굴하고, 뉴욕의 상업 갤러리 소속 작가들의 실험적인 작품도 함께 소개하면서 작가 및 갤러리스트, 평론가 등 미술계 관계자들이 주목하는 공간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다. 섭타이틀드는 뉴욕 및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및 큐레이터들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연간 평균 4-5회의 전시를 개최하며, 실험적이고 다양한 학제 간의 예술 활동을 지향한다. 이곳에서 열리는 전시의 30%는 한국 혹은 한국계 미국인 작가, 혹은 외부 기획자의 전시이며, 70%는 뉴욕 혹은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의 개인전과 기획전으로 구성된다. 개관 이후 지금까지 20여회 이상의 전시를 선보였으며, 매 전시마다 전시장의 물리적 특성을 적극 활용한 개성 넘치는 연출과 기획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1월 14일부터 내년 1월 10일까지 경기문화재단의 후원으로 미팅룸과 공동기획 전시를 준비중이며, 전시에는 정소영, 구기정, 미카엘라 배트릭, 코너 맥니콜라스 작가가 참여한다. 

2025년에는 큐레이터로 활동했던 용선미 디렉터가 퍼포먼스 아트에 초점을 맞춘 실험적인 예술 공간 ‘gmtc(golden monkey trading company, 금원상사, gmtc.nyc, 이하 gmtc)’를 뉴욕 차이나타운에 오픈했다. gmtc는 퍼포먼스 성격을 지닌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적극 소개하고, 실험적인 예술 실천의 모든 형태를 실험하는 일종의 퍼포먼스 실험실(performance laboratory)을 지향한다. 이주라는 키워드를 포함하여, 다양한 유형의 움직임이 하나의 작품이자 실천의 형태로 승화되는 과정을 실험하는 곳으로, 만남과 교류, 참여와 움직임이 교차될 수 있는 역동적인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 퍼포먼스를 매개로 하는 커미션 프로젝트와 협업, 리서치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며, 9월에는 구민자 작가의 〈middle ground: (im)possible kitchen〉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공간의 지속적인 운영, 유지를 위해 워크숍, 팝업 이벤트 등의 대관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비영리 프로젝트 스페이스로 출발한 두 공간 모두 갤러리 밀집 지역에 위치하고 있지는 않지만, 나름의 독특한 정체성과 실험적 성격을 지켜나가면서 다양한 문화가 혼재한 뉴욕 현지 미술계에 또 다른 독특한 표정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공간의 앞으로의 활동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 황정인(198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전 사비나미술관·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큐레이터, 현 비영리연구단체 미팅룸 대표·편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