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정적이 흐르는 미술관의 중앙홀에 물 위를 유영하는 도자기들이 부딪히며 청아한 흙 소리들이 미술관의 고요함을 깨운다.
시각과 청각을 자극하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공감각적 심상을 불러일으키는 이 설치 작품은 작곡하면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창작품을 만드는 셀레스트 부르시에-무주노(50)의 작품이다. 전시관에 동그란 물통 3개를 바닥에 설치하고 물통 안에서 도자기 그릇들이 펌프에 의해 생성되는 가벼운 전류효과로 회전하면서 서로 부딪쳐 소리를 내도록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은 10월16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본관에서 열리고 있는 ‘오늘의 프랑스 미술: Marcel Duchamp Prize(마르셀 뒤샹 프라이즈)’전의 일부이다.

이외에도 빛과 소리, 전기에너지, 자기장처럼 눈에 보이지 않은 요소들을 상상하고 시각화한 로랑 그라소(39)의 비디오 작업을 비롯해 균의 증식과 같은 화학반응을 이용해 변화돼가는 작품을 만든 미셀 블라지(45), 복제와 이동, 변형을 통해 풍경의 의미를 재해석한 디디에 마르셀(50), 뒤집힌 집과 시든 꽃을 통해 옛 기억을 끄집어 낸 피에르 아르두뱅(56)의 작품 등이 전시됐다.
이번 전시에는 세계 미술의 동향을 소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시리즈의 일환으로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 수상자와 후보자 중 16명이 작업한 영상, 설치, 조각, 사진, 판화 등 100여점을 선보인다.

7월 2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배순훈 관장은 “이번 전시는 흔히 접할 수 있는 회화보다 설치와 미디어에 비중을 둔 게 특징”이라며 “21세기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인 영상, 설치, 조각, 사진, 판화 등 다양한 뉴미디어 형식을 갖추고 있어 포스트모던의 다양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4명의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방문해 자신의 작품을 직접 설치하는 등 한국 전시에 관심을 나타냈으며 자신의 작품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다.
마르셀 뒤샹의 아방가르드적인 정신을 기려 제정된 ‘마르셀 뒤샹 프라이즈’는 프랑스의 현대미술국제화추진회가 2000년부터 세계 미술 무대에서 영향력 있는 프랑스 출신의 젊은 현대미술가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매년 4명의 후보자를 선정하고 그 중 1명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해 이듬해에 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의 기회를 제공하고 도록 제작 등을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