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출범한 광주비엔날레는 미술계 관계자뿐 아니라 많은 관객들이 찾는 세계적인 미술축제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일반 관객이 방대한 규모의 전시를 온전히 즐기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본 연재는 《2026 16회 광주비엔날레》(2026.9.5-11.15)와 관객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것이 기획의 의도이다. 따라서 본 지면에서는 ‘광주비엔날레’가 아닌 참여작가들의 ‘개별 작업’을 다루게 될 것이다. 이 글이 관객들로 하여금 작가들의 작품세계에 보다 가까워지는 경험을 선사하기를 기대한다. 



《2026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작품론
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2026 9.5 – 11.15



매튜 바니: 반복의 양면성



윤다인



반복이란 무엇인가. 반복은 일상에 안정성을 부여하고 평안한 삶을 지속하게 하는 조건이지만, 미세한 행위의 반복은 기존 삶에 변화를 일으키는 돌파구로 작동한다. 반복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습득함으로써 변화를 이뤄낼 수 있는 반면, 반복은 때로는 일상을 억압하고 통제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반복되는 일상은 삶을 지탱하면서도 그 삶의 주체의 신체와 행위를 규율하며 자율성을 약화시키기도 한다. 이처럼 반복은 변화의 가능성을 열어 주는 동시에 그 가능성을 특정한 방향으로 제한하는 양면성을 지닌다.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에서 선보이는 미국의 미술가이자 영화감독인 매튜 바니(Matthew Barney, 1967-)의 〈스캡액션 SCABACTION〉(1988)은 기계의 반복적인 작동과 신체의 변형이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반복의 양면성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이다. 바니는 과거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 바니는 과거 미식축구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다.1) 운동선수는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본인의 신체를 일정한 규칙과 목표에 종속시킨다는 점에서 그의 과거 경험에 주목할 만하다. 그들이 겪는 훈련의 반복은 신체를 변화시키는 수단인 한편, 신체의 한계를 끊임없이 시험하고 극복하도록 요구하는 규율이다. 또, 그 변화의 목적과 방향이 이미 정해져 있다면 신체는 그 가능성을 확장하는 동시에 외부의 요구에 맞추어 규율되는 대상이 된다. 〈스캡액션〉에서 상영되는 반복은 단순히 동일한 동작을 되풀이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는다.


이러한 문제는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비엔날레의 제목과 〈스캡액션〉을 함께 읽을 때 두드러진다. 삶을 바꾸라는 요구는 그 대상이 기존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촉구한다. 그러나 그 변화가 반복적인 훈련과 자기 규율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그 변화는 자율적인 실천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가? 나아가 반복적인 기계의 움직임과 신체의 변형은 곧 삶의 변화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는가? 〈스캡액션〉은 반복적인 기계 노동과 신체에 대한 개입을 교차하여 보여줌으로써 변화를 위한 반복이 동시에 신체를 통제하는 규율로 작동할 수 있다는 역설을 드러낸다.


바니는 예일대학교 미술대학 재학 시절 첫 번째 비디오 작품 〈스캡액션〉을 제작했다. 그의 첫 번째 비디오 작품은 신체를 건설 현장으로 보거나, 어느 한 장치의 부품으로 바라보는, 이후 형성되는 그의 작업 세계를 예견하게 한다.2) 〈스캡액션〉은 비엔날레 본 전시관 2전시실에 배치되었다. ‘신체와 관계’라는 제목으로 구성된 2전시실 입구 반대편에는 화이트 큐브가 놓여 있다. 〈스캡액션〉은 화이트 큐브의 긴 통로 안쪽에 우리의 시선보다 약간 높게 설치된 브라운관 텔레비전에서 상영된다. 바니의 영상은 통로 안쪽 높이 놓이면서 관람자가 고정된 위치에서 영상을 올려다 보도록 유도하고 그들의 시선과 관람 위치를 특정한 조건으로 제한한다. 우리는 바니의 영상 속 신체가 타인의 개입과 특정한 규율에 종속되는 양상을 미리 몸소 경험하게 된다.


바니는 〈스캡액션〉에서 두 상황을 교차 반복하여 보여준다. 먼저 공장처럼 보이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 공간 한편에서는 인간의 손을 경유하여 조각이 용접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인간이 톱니바퀴에 윤활제를 바른다. 바니의 영상에 등장하는 공장은 이러한 반복적인 과정 아래 운영된다. 여기서 인간의 손은 개별 행위자의 의도보다는 생산 공정을 수행하도록 기능한다. 손은 공장에서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이다. 즉, 인간의 손은 기계가 원활하게 작동되도록 도와주는 개입자이기도 하지만 공장이 운영되기 위해 동원되는 기계의 한 부품이다. 공장은 인간의 행위를 생산 과정의 절차에 종속시키고 반복적인 공정 과정을 거치며 유지된다.


영상의 다른 장면에는 남성의 턱이 확대되어 제시된다. 바니는 남성의 턱만 보여주기 때문에 우리는 영상 속 남성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확대된 턱은 남성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기보다는 특정한 신체 부위에 주목할 것을 요구한다. 영상에 등장하는 타인은 이 익명의 남성의 턱에 붕대 테이프를 부착한다. 여기서 남성은 타인의 개입을 받는 신체로 제시된다. 또 다른 익명의 인간은 마치 수술 현장을 연상하도록 연출된 이 작은 면적에서 자라난 수염을 집게로 뽑아낸다. 남성은 호흡을 내뱉고 수염이 뽑힐 때 나타나는 미세한 움직임을 통해 그가 타인의 개입에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바니는 타인이 남성의 턱을 누르고 수염을 뽑아내는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남성의 신체에 대한 통제권이 반복적인 행위를 수행하는 타인에게 넘어가는 듯한 상황을 연출한다.


바니는 두 장면의 순간 순간을 교차하여 보여줌으로써 손과 턱과 같은 신체가 반복적인 행위 아래 특정한 기능과 목적에 종속되는 양상을 보여준다. 공장에서 인간의 손은 기계의 작동을 유지하고 조각을 제작하는 데 동원되며, 남성의 턱은 타인의 개입을 통해 변형되는 대상으로 제시된다. 이처럼 바니는 두 장면으로부터 신체가 외부에 의해 통제되는 상황을 연출한다. 그러나 그 신체는 통제되는 대상에 그치지 않는다. 손은 움직임을 거듭하며 공장 운영과 더불어 조각 제작을 수행하고, 남성은 타인의 개입 속에서도 호흡하고 반응한다. 이는 인간의 신체가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변화를 이루어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바니는 신체의 변화가 대상의 주체적인 행위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시사한다. 〈스캡액션〉에 등장하는 신체는 외부 규율에 따라 특정한 움직임과 행위를 요구받고 그 규율이 지시하는 목적과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다면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라는 제16회 광주비엔날레의 제목에는 또 다른 의미가 부여될 수 있다. 반복적인 행위는 신체를 변화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반복이 외부 조건에 따라 작동된다면 그 행위는 곧 신체를 통제하는 규율이 된다. 따라서 삶의 변화는 단순히 신체의 변형을 야기할 수 있는 행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신체의 변화가 발생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변화가 온전히 주체의 자율적인 실천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없다. 외부 요인에 따라 변화의 목적과 방향을 설정하게 될 경우, 이때 반복은 새로운 능력을 형성하는 수단인 동시에 신체를 특정한 목적에 종속시키는 규율로 작동하게 된다. 즉, 개인이 주체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변화의 과정을 수행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면에서 바니의 〈스캡액션〉은 외부의 규율 안에 놓인 반복적인 행위를 통해 신체 혹은 삶의 변화를 이룰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 과정에 규율과 통제의 문제가 내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작품은 삶을 바꾸라는 제언을 부정하기보다는 변화가 어떠한 조건에서 이루어지며, 이때 개인이 자신의 신체와 행위에 대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행사할 수 있는지를 질문하게 한다.




윤다인(2001) 2332dada@gmail.com
이화여자대학교 미술사학과 석사과정 재학. 미술사를 공부했고 도립미술관에서 미술 아카이브 구축과 전시 기획 및 도록 교정・교열에 수회 참여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의 한국 실험미술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ㅡㅡㅡㅡㅡ




1)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매튜 바니」,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2026,  https://youmustchangeyourlife.kr/#matthew-barney (2026년 10월 21일 접속). 
2) 앞의 글.

참고문헌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가이드」. 제16회 광주비엔날레 ⟪너는 네 삶을 바꿔야 한다⟫』. 2026. https://youmustchangeyourlife.kr/#guide-to-you-must-change-your-life (2026년 10월 21일 접속).



매튜 바니(Matthew Barney), 〈스캡액션 SCABACTION〉, 1988, 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7분 55초. © 윤다인



매튜 바니(Matthew Barney), 〈스캡액션 SCABACTION〉, 1988, 단채널 비디오, 컬러, 스테레오 사운드, 7분 55초, 

© 작가 및 크램리히 컬렉션 제공. 



'미술사와 비평'은 미술사와 비평을 매개하는 여성 연구자 모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