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재칼럼

미술÷시간

김정현

김정현은 2013년 한국미술단체자료집 제작에 참여하며 미술 분야에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미술 전문 잡지의 기획 업무를 거쳐, 현재는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서 학예사로 활동하고 있다. 창작자의 고뇌와 기쁨이 담긴 다양한 기록을 통해 그들의 경험을 체험하는 일을 좋아하며, 이론과 실제 사이의 균열 속에서 주목받지 못한 개념과 주체를 기록하는 데에 보람을 느낀다. 갈등을 선호하지는 않지만, 서로 다른 위치에서 비롯된 충돌과 마찰이 때로는 성장을 이끈다고 믿으며, 이러한 지점에 대한 기록에 더욱 큰 가치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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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의 한 작업실에서 발견한 이젤에 붙은 메모 앞에 잠시 멈춰 서게 된다. 김진열의 작품은 그 메모 속 삶만큼이나 거칠고 투박하다. 검게 응고된 화면과 긁히고 덧대어진 물질들, 무너질 듯 서 있는 거친 형상은 때로 삶의 무게에 짓눌릴 것 같은 부담을 관람객에게 전이시키기도 한다. 그의 작업 앞에서 먼저 조명되어야 할 것은 작품의 배경이 되는 삶과 그에 따른 인식이다. 그것은 정형화된 예술가에게 기대되는, 창작에 몰두하며 영감에 목말라하는 고립된 창조자의 것과는 다르다. 그의 삶은 노동과 생활, 공동체와 자연의 시간 속에 스스로를 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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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김진열, 하나 됨의 감각을 배접하다

“새벽 운동, 새벽 드로잉, 오전 작업, 오후 집일, 오후 농사.”원주의 한 작업실에서 발견한 이젤에 붙은 메모 앞에 잠시 멈춰 서게 된다. 김진열의 작품은 그 메모 속 삶만큼이나 거칠고 투박하다. 검게 응고된 화면과 긁히고 덧대어진 물질들, 무너질 듯 서 있는 거친 …

(23)조요한, 아름다움이라는 정직한 응답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가. 이대로 살다 죽으면 억울 할것도 같고 좀, 영광을 누리다 죽어야겠는데 그 영광을 도모지 모르겠거든. 여보소, 철학자! 좀 가르쳐주어요.”젊은 철학자 조요한(1926-2002)에게 보내진 김환기(1913-74)의 편지(1964.2.…

(22)하얀 마음, 백영수미술관으로의 초대

백영수, 〈숲〉, 1974, 캔버스에 유채, 50×61cm ⓒ 백영수미술문화재단미술관에 들어설 때, 가끔은 작품보다 공간이 먼저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나에게 백영수미술관이 그러했다. 도심의 소음이 차단된 호젓한 골목 안, 단정하게 자리 잡은 그곳은 미술관이라기보다 …

(21)눈 덮인 두 숲을 거닐다

좌) 손동현, 〈한림모설〉, 2024-2025, 종이에 먹, 잉크, 크레용, 인주, 194×130cm우) 이상범, 〈한림모설〉, 1958, 한지에 먹, 색, 101.5×48.5cm“동양화 육법 중 작가의 숙련된 필치 같은 기법의 영역을 다루는 다른 다섯 지점과 달리 전…

(20)자치×미술=♥

폭우가 내렸다. 작년 7월, 평택 한 아파트에 작가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방문한 날의 기억이다. 창 밖으로 빗소리가 들리던 그날, 작가 김영배(1947-99)의 사모님을 통해 작가님의 삶과 예술, 평택과의 관계, 그리고 갑작스런 사고까지의 이야기를 ‘평택 미술실태 기초…

(19)미국을 횡단한 흰색 열차, 그 20년 후

도심과 평원, 사막을 가로지르는 흰색 열차. 작가는 열차를 붓으로 미국 대륙이라는 도화지에 드로잉을 펼치고 싶었다. 변화무쌍한 자연환경을 배경으로 열차는 빠르게, 때로는 둔하게, 느리게 달렸고, 그 안에 탄 사람들은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많은 사진이 남겨졌고, …

(18)연약함을 품어내는 용기

레이첼 윤, 〈Enraptured〉 작품세부, 2025, 자동운동기구·인공 야자수·재배용 조명 등 혼합매체, 200×160×120cm지난 한 달간 우리의 시선에 아른거린 슬로건들. 그 중에서도 “이제부터 진짜”와 “정정당당”. 여느 슬로건처럼 이전과 다른 무엇인가에 대…

(17)절망 속에서도 해야할 일

“아! 분통이 터져 미칠 지경인데, 어떻게 입을 봉하고 가만히 있어야 한단 말인가? … 내가 일생 동안 단 한 가지만이라도 선행을 했다면, 나는 그걸 내 영혼으로부터 후회할 것이다!”시작 시간에 맞게 도착하려 퇴근 후 바삐 찾은 한 소극장에서 체념하는 한 인간상을 보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