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의 그림전 첫 번째 : 대호

2015.11.13-2016.01.29

@서울미술관


출퇴근으로 속하는 곳들은 머릿 속에 휴식보다는 일로 기억되기 마련이다.

덕분에 나들이객들의 사랑을 받는 부암동의 서울미술관은 본의 아니게 첫 방문이다.



날이 좋다. 평일의 한적함과 더불어 전시보기 좋은 날이다. 서울미술관은 석파문화원에서 운영하는 곳으로 미술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 예술적 가치들을 발굴하여 연구, 전시, 교육하는 기관이라고 한다. 한동안은 지날 때 마다 반복해서 나오는 버스광고로 기억되었었다.


  


전시는 세 가지가 동시에 이루어졌는데, 우리는 대호전에 의미를 두었기에 시간을 더 많이 두고자 제2전시실로 입구를 찾았다가 실패. 서울미술관의 전시는 제1전시실을 관람하고 이어나오는 제2전시실을 관람. 그리고 그 끝에 제3전시실로 가는 계단이 있어 관람객이 동선을 변경하는건 어려웠다. 동선이 정해져있는 덕에 기획자의 의도대로 전시관람이 수원한 구조.


 


덕분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걷다'전과 같이 바닥에 글귀를 순서대로 두어 관객을 걷게 때론 쉬게할 수 있었다. 제1전시실의 전시는 그래서 심심하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어떤 전시장을 가도 어떻게 어디부터 봐야하는지 고민해야하는 관람객이라면 친절하다고도 느낄 구성이다.



마침에 등장한 제2전시실. 입구는 예상되던 귀여운 호랑이가 있다.



호랑이 그림하면 떠오르는 까치호랑이는 그 시작이 중국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 호랑이그림이 전해졌는데 이것이 오랜세월 우리것이 되면서 우리이미지와 우리이야기를 입은 까치호랑이가 되었다고. 호랑이는 부패한 관리로 까치는 민초를 상징하는데 '불공평한 권력에 대한 저항'으로 호랑이란 권력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했다는 정병모 선생님의 글이 보인다.

  

(사진. 호도, 19세기 | 사진. 표피도, 19세기)


호랑이들이 하나같이 재치있어 같은 것이 없다. 호랑이를 실제보면 고양이(물론 분류가 그러하지만)와 하는짓이 같이 커다란 고양이 같다는 이야기를 듣는데 여기 있는 호랑이들이 딱 그렇다. 어쩌면 디즈니의 제작자들이 이런 그림에서 영감을 받은게 아닐까 하는 말도 안되는 상상도 해본다.

표피도는 만지고픈 욕구를 크게 만들어주는데, 그림에 손을대면 강하지만 부드러운 털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이 그렸다.


(사진. 서공임, 사람은 고귀한 신분으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고귀한 사람으로 되어가는 것이다., 2008)


유물같은 19세기 그림 뿐 아니라 현대의 작품들도 볼 수 있는데, 서공임의 호랑이 그림은 가로가 530cm에 이르는 대작으로 붉은 융단같은 분채를 진하게 올린 배경에 강렬한 대비로 튀어나올 듯 그려진 호랑이가 인상깊다. 털은 보드랍게 그려지고 눈은 빛을 뿜는 듯 보이는 그림에 한동안 발이 묶였다.


 

(사진.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2000 | 사진. 박생광, 범과 모란, 1983)


지난달 봤던 백남준의 작품이 그 곁을 지켵고, 돌아서니 역시 대작인 박생광의 <범과 모란>이 보였다. 개인적으로 무척이나 좋아하는 작가인지라 또 한동안 발이 묶였다. 서공임과 박생광 두 작가의 그림들은 진하게 그려진 채색화 호랑이다. 수묵이 단연 우세하던 분위기에서 민화로부터 시작된 채색화의 넓어지는 인지도가 여기서도 보이는 듯 하다. 반가운 일이다.


 (사진. 영화 대호의 포스터와 스틸컷)


전시와 동명인 영화 '대호'에서 보낸 축하글이 적힌 리본이 보였다. 포스터와 스틸컷으로 아직 보지 않은 영화를 상상했다.




줄지어 나타나는 호랑이들은 총 30여 점이 출품되었다. 비슷한 듯 다른 호랑이들은 저마다 구획에 따라 호랑이 가족이나 까치호랑이 등으로 묶여 전시되고 있었다.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그림들도 있었지만 저마다 재미있는 표정이 다양하여 지루하지 않게 하나하나 보게 되었다.

 
(사진. 송호도 | 사진. 호랑이 가족)


 


제3전시실로 올라가는 계단 벽에는 올리비아 핫세나 오드리 햅번, 장미희 등 흑백사진의 여배우들이 걸려있다. '미인'전의 입구이다.


 


계단을 오르면 작은 판넬에 그림으로 그려진 미인들이 등장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그림은 하나도 없다. (일본 그림도 하나 있는데..) 기획자의 개인 취향인가.. 작은 그림들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한다.


 


미인전을 관람한 끝에는 당신이 생각하는 이 시대 최고의 미인을 투표하라는 투표용지가 등장한다. 이럴수가.. 너무 어렵다.


 


서울미술관의 입장료는 사실 이 곳만 들려도 아깝지 않은 듯 하다. 그 아름다움에 수를 써서 빼앗다시피 한 흥선대원군의 별서 석파정은 내부는 들어갈 수 없지만 구경할만 하다. 더 올라가면 중국풍 작은 정자도 만날 수 있는데 여기에 회사근처에 위치한 석파정의 별채까지 한국과 중국의 형태가 섞여 만들어진 것들이라고 한다. 독특한 아름다움도 아름다움이지만 저 정자에서 차든 술이든 즐겼을 조상님이 부러워졌다.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