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켄트리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2015.12.01-2016.03.27





2월의 마지막 주 차디찬 추위가 한풀 꺾인 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방문하였다. 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여유롭게 전시를 즐기는 모습이 이제는 미술문화가 더 이상 '누군가'들만 즐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장을 들어서기에 앞서 어두컴컴한 분위기와 음침한 BGM은 '유령의집'을 떠올리기에 충분하였다. 어릴 적 유령의집에서 미이라에 걸려 넘어져 세상 떠나가듯이 울었던 기억을 다시 상기시켜서 대가의 작품을 관람할거란 생각에도 썩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도 잠시, 전시장 앞에 독특한 방식으로 전시된 영상작품이 눈길을 끌었다. 유리창에 담겨있는 영상작품이라니? 독특한 건물의 양식에 꼭 맞춘듯한 작품이었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익숙한 그의  작품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어두컴컴한 분위기를 그려내면서도 그만의 위트를 지닌 작품은, 흑백의 논리로만 이야기해야할 것 같은 작품이지만 나에게 미소를 짓게 하는데 충분했다.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던 중, 어디선가 요란한 소리가 나기에 둘러보았는데 왠 인형극과도 유사한 설치작품이 진행되고 있었다. 작품을 감상하는데 레이블이 방해가 될 거 같아 제목을 보진 못했다. 그 인형극은 인형들의 움직임과 뒷배경으로 쏘는 화면만이 이야기의 전부였다. 크기는 작았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하기엔 전혀 작은 크기가 아니었다. 그 작품의 맞은 편에는 그 설치작품에 사용되어야 할것만 같은 인형들이 나열되어 있었다. 이들의 조합은 작가 이외엔 알지 못한다. 그러나 그들(인형)들은 각자의 입을 내어 '우리는 하나의 작품이다!'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문득 홈 인테리어로도 이렇게 배치하면 좋을 거 같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였다.





전시장 마지막부분엔 그의 개성을 다시한번 뽐내는 듯한 평면 회화 작품이 자리하였다. (나는 작품을 볼때, 일부러 캡션을 보지않기 때문에 느낌으로 판화작품인지를 파악한다.) 신문이나 책, 잡지를 무자비하게 뜯어서 작가의 분위기에 맞게 재배치한 후, 그 위에 글과 어울릴법한 이미지를 투과시켰는데, 작품을 보고 있노라니 학창시절의 어느 꼴라주 작업이 기억났다. 동기가 작업했던 피아노 악보를 쭉쭉 찢어 그것들의 모서리들을 라이터로 한번 더 태운 후, 유화로 그림그렸는데 그게 그 당시에 충격적이면서도 그렇게 낭만적일 수 없었다. 켄트리지의 이 작품들도 나의 그때 그 감성을 다시금 느끼게 한 작품들이었다.(대학 동기=켄트리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는 윌리엄 켄트리지전 이외에도 율리어스 포프의 설치전과 서세옥 기증 소장품전, 안규철전 등 흥미로운 주제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보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봄의 문턱 앞에 서있는 지금 반짝이는 꽃샘추위를 피해, 사랑하는 사람들과 미술관을 방문해 보는것은 어떨까.


- 편집부 승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