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으로보는 인상주의전

2015.12.19.-2016.04.03.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주말이 오기 전 지난 주. 아주 좋은 날씨는 아니었지만, 전시장에 도착했을 때 약간의 햇빛이 좋았다. 인상주의 작품들은 이러한 빛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새삼 하늘이 다른 느낌이다.


 

전시장에 들어서자 내부에는 고흐 그림이 도배되어있다.(물론 외부에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이자 가장 많이 아는 작가일 것이다)로 손꼽히는 고흐이기에 대체로 이러한 전시들은 다른 어떤 작가보다 고흐가 전면에 배치되어 광고가 되는 편이다. 고흐보다 양적으로 더 많이 전시가 되는 작가가 있을지라도 말이다. 그래도 꾸준히 미술전시에 사람을 끌기위한 방편으로 스타작가(?)는 감사한 존재다. 그를 통해 다른 작가를 만나고 다른 작품들을 만날 수 있을테니.


 

전시는 종료를 향해 달리고 있지만 각종 이벤트는 여전하다. 커피에 대한 유혹이 있었지만 이동해서 마시기로 한다. 입간판의 해당 카페가 인근에 없다는 붉은 글씨는 할인문의에 대한 피로도를 대변하는 듯 했다. 전시장의 대부분이 직원이 아닌 한국의 현실을 볼 때 그들에게 문의를 아끼는 것은 (멀지않은)동종업계 종사자로써 의무처럼 느껴져 스마트폰을 꺼내들었다.


전시장에서 사진 촬영은 불가하여 이미지는 홈페이지(http://impressionism.modoo.at)에 게재 된 것을 사용하려고 한다. 회색 장막을 연다. 이제 시작이다.

시작은 작지만 강렬한, 나르시스 비르질 디아스 드 라 페나의 작품. <퐁텐블로 숲>의 <가을과 숲속 오솔길> 이다. 실제 밖에서 그림을 그리려면 크기가 작은 화판이 유리했을 것이다. 이 작은 화판에 화가는 광활하게 펼쳐진 사방의 풍경을 어딜 어디까지 담아야 할까 고뇌했을 것이다. 작을수록 그 고뇌는 더 깊었을 것이다. 흔히 작은 그림이 큰 그림보다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말이다. 더욱이 풍경화가 아직 인정받지 못한 시기였다면..


요한 바르톨트 용킨트의 작품 느베르 근교는 멀리 보이는 바다와 전면의 여성으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 <플란다스의 개>를 떠올렸다. 실경이 익숙하지 않으면 익숙한 인공이미지가 떠오르는게 자연스러운가보다. 풍경화이기에 구름과 바다 숲은 같은 유래이지만 무수히 많은 색의 이름처럼 각기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작품 2점은 연달아 센 강변과 보트를 보여줬다. 이름에 보트가 들어가서 보트를 많이 그렸냐는 일행의 말에 소리내어 웃고말았다. 미술작품이 등장하는 전시를 둘러 본 것이 손에 꼽히는 일행의 말은 말도 안되지만 나와는 다른 생각으로 나를 다른 시선으로 이끈다. 아는 만큼 보인다지만, 자유롭게 보는 것이 점점 좋아져서 이러한 일행과의 동행이 즐겁다.




(사진1) 센 강가의 나룻배와 오두막, 귀스타브 카유보트

(사진2) 팔레즈의 안갯속 집, 클로드 모네


그런면에서 <팔레즈의 안갯속 집>은 재미있다. 순간의 색을 잡아 그리려고 노력했던 모네의 특별한 작품으로 보이는 이 작품. 희뿌연한 이런 것을 당시 처음 본 사람들은 완성이 먼 작품이라고 했을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학교에서도 이런 그림을 그리면 분명 교사는 지적을 통해 고치려 노력할 것이다. 더 선명하게! 더 주제를 강조해 봐! 라며. 인상주의 화가들은 오늘에도 교과서를 통해 싸우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처럼 작품을 감상하는 나만의 방법을 갖는 일은 흥미롭다. 전시장을 돌며 일행과 나는 함께 다녀온 혹은 다녀오고픈 여행지들을 그림에서 찾았다.


클로드 모네의 <에트르타 해변의 고기잡이배>는 유명한 에트르타의 코끼리바위가 뒤에 등장한다. 익숙한 풍광에 새삼 에트르타의 해변을 찾아봤다. 그림보다 바다사진답게 파란색이 선명한 사진들은 예전에 가고 싶던 여행지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줬다. 또한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한 풍경이라는 것도.


 

(사진3) 에트르타 해변의 고기잡이배, 클로드 모네

(사진4) 햄튼 코트의 다리, 알프레드 시슬레


알프레드 시슬레의 <햄튼 코트의 다리>에서는 화창하다 못해 구름이 빛을 내는 듯 보였던 시드니의 풍광을 찾았다. 그 맑은 하늘이 눈에 익어 한동안 웬만큼 맑지 않고는 한국의 하늘을 보고 푸른 하늘이라 생각하지 않았었다.

그런가하면 에두아르 뷔야르의 <크리크뵈프의 에탕셀 정원 안의 건초더미>는 한동안 부모님과 살았던 경기도 광주의 팔당호 전경 같다.


이렇게 작품 수가 많은 전시는 보통 오디오가이드가 선택한 작품 앞에 많이들 오래있다. 오디오가이드엔 수록되지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머물다 간 작품이 있다. 앙리 르 시다네의 <베르사유의 장미가 있는 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사랑하는 유럽풍 화사함으로 꽤 오래 꽤 많은 여성들이 서있다가 지나갔다. 옛 서구식 건물이나 이미지를 아무래도 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더 많이 접했던 모양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건 여기서도 적용되었다.


드디어 반고흐를 만났다. 그 나라에서 불리는 데로 하면 판호흐라던가.. 구름에서 보이는, 마치 캔버스 위에 바로 짠 듯, 두껍게 올라간 물감은 그의 그림 속도를 보이는 듯하다. 그의 테오가 그러지 않았던가. 물감을 조금만 덜 쓰면 좋겠다고.


 

(사진5) 랑글루아 다리, 빈센트 반 고흐

(사진6) 배가 있는 정물, 폴 세잔


이어 세잔이었다. 예쁘게 담았다가 거칠게 그릇에 과일을 둔 채 밀쳐진 식탁보가 눈에 들어왔다. 서양배라니.. 배는 역시 한국산이 맛있다. 그래서 맛있어보이진 않는 그림인데 그 쪽 사람들 눈엔 맛있어보이는 미감이 느껴질지가 문득 궁금하다.




(사진7) 콩카르노의 항구, 폴 시냑


꽤 긴 전시 관람을 마무리하며, 의지가 느껴지는 작품들을 헤치고 나오니 행동보다 기억이 쓰는 시간이 많을 나중엔 꼭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항해를 사랑해 배와 항구를 그렸다는 어느 화가처럼 꼭 살아보고 싶은 마음.



예술이란 얼마나 풍요로운 것인가

본 것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결코 허무하지도 생각에 목마르지도 않을 것이며 고독하지도 않을 것이다.

- 빈센트 반고흐



사진.글.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