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2일부터 4일간 일본으로 야유회를 다녀온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의 네번째 기록이다.


 

오사카난바역 인근에 있는 카미가타 우키요에관은 모두가 함께 방문한 첫 전시시설이었다. 에도시대(江戸時代) 대표소설가 이하라 사이가쿠(井原西鶴)와 일본의 위대한 극작가 지카마쓰 몬자에몬(近松門左衛門)이 태어난 오사카 도톤보리는, 에도시대의 브로드웨이와 같은 곳이었다고 했다. 가부키(가무극)와 조루리(음곡) 공연장이 모여있던 이곳에서 배우들과 공연 장면을 개성 있게 그려낸 것이 바로 카미가타 우키요에였다고 전한다.


 

익숙하지 않은 지리에 겨우 예약한 시간에 맞춰 입장할 수 있었고, 전시는 잠시 미룬 채 예약한 체험장으로 향했다. 다다미방인 4층 체험장에는 벽을 따라 재료와 인근 옛날 공연장 사진 등이 걸려있었다. 작지만 모든 작품을 세이코 타카노 관장님이 직접 수집해서, 2001년 개관 이후 체험하게 하고 지켜가는 모습이 김달진 관장님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박물관에 입장하며 선택한 ‘호젠지’라고 적힌 문과 미술관 외벽의 고양이가 어우러진 엽서 크기의 그림은, 벚나무로 만들어진 4개의 목판으로 등장했다. 여기에 대나무를 가늘게 쪼개 만들어진 붓과 보급형 일본 전통물감이 접시와 함께 준비됐다.


 


4색판 이었으나 판의 뒷면까지 써서 6번을 찍었다. 크기가 작아 위치를 표시하는 ‘겐토(見当)’가 한쪽에만 있는 만큼 작업은 단순해 보였지만 약 1시간 만에야 겨우 끝낼 수 있었다. 생각보다 힘들고 섬세한 작업이라고, 각기 조금씩 다르게 찍힌 작품을 보며 느꼈다.


아는 만큼 보인다 했던가. 내려오며 관람한 2-3층에 전시는 약 50점의 우키요에들로 새삼 그 섬세함과 표현이 달리 보였다. 언젠가 국내에서 열렸던 전시에서도 큰 감명을 받지 못했던 것이란 걸 이번 견학을 통해 느꼈다. 우연이었지만, 선 체험 후 전시관람으로 순서는 잘한 일이었다.


 

 

난바에서 우연히 만난 또다른 갤러리는 '남바 워크'라는 지하보도를 통해서였다. 미도스지선난바역 으로부터 니혼바시역과 JR난바역까지 잇는 엄청난 규모의 지하보도는 덕분에 여러번 길을 해메게도 만들었지만 여러개의 구역으로 나뉜 공간에 '파크'라고 이름 붙여진 광장들을 갖고있다. 그 중 1번가의 「아트 파크」에는 시카고 미술관 소장 작품의 복제 도판화가 시카고 갤러리라는 이름으로 전시되고 있다.




나라에서는 내국인이 사랑하는 절이라는 하세데라(長谷寺)를 방문했다. 진언종 풍산파의 총본산인 그 규모는 사진으로 어느 한 건물도 제대로 찍을 수 없을 만큼 매우 컸다. 이 곳은 '꽃의 절'로 불릴만큼 계절마다 피는 꽃으로 경내를 가득 채우는 장관을 자랑하는 절이다. 봄에는 진달래와 벚꽃,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단풍(꽃은 아니지만)으로 사람이 많을 땐 계단을 오르기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5월은 작약이 피는 계절로, 인왕문에서 본당까지 층층이 놓인 108간 399개 돌계단 곁으로 온통 작약이었다. 만개시기가 아님은 아쉬웠지만 제법 핀 작약들의 화려함은 눈은 물론 경내 어디를 가도 나는 꽃향기에 절로 기분까지 좋아졌다. 얕게 무수히 쌓인 계단인 덕인지 방문객 중엔 지팡이의 연로한 부모와 방문한 중년의 자녀 커플이 많았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으로 재방문도 좋을 듯 보였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 손꼽히게 기억할 만한 것은 나라 공원 사기이케(鷺池) 연못의 우키미도(浮見堂)를 지나오다 만난 토우스이몬(洞水門)이다. 토우스이몬은 일본의 정원을 꾸미는 기법 중 하나라고 한다. 땅속에 병을 메우는 등 빈 공간을 만들고, 거기에 뚝뚝 떨어지는 물이 울려서 거문고의 음색에 들리도록 한 구조이다. 일명 스이킨쿠쓰(水琴窟)라고도 한단다.


 
(사진) 토우스이몬(洞水門)


물이 연주하는 음색을 즐기는 도구(?)를 나도 즐길 수 있던 것은 기웃거리는 관광객을 지나치지 않은 일본 아주머니 덕이다. 그는 동수문에 멀찍이 떨어져 있는 내 곁으로 와 조심스럽게 히샤쿠(柄杓:물을 뜨는 도구)를 들어 검정조약돌 사이로 물을 부었다. 시범을 보이며 '듣기좋죠?' 했다. 그 분이 아니었다면 그저 절 앞에 있는 테미즈야(手水舎:참배 전 손과 입을 씻는 곳)쯤으로 오해할 뻔했다.


교토에서는 많은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명소들을 들렀다. 아라시야마는 순전히 대나무숲 때문에 갔었다. 


 

그런 아라시야마를 떠나는 버스를 잘못타는 바람에 지나게 된 호린지 절은 713년 창건된 진언종 고치(五智)교단의 교토 본산이다. 본존으로 모시는 허공장보살은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로 음력 3월 13일 지혜와 복과 덕을 받기 위해 13살이 되는 많은 이들이 전국에서 '주산마이리(十三參り)'참배를 위해 찾는다 한다. 경내에 전기와 전파를 수호하는 덴덴구샤(電電宮社) 사당이 모셔져 있는데, 이는 전기의 신으로 에디슨을 전파의 신으로 헤르츠를 모시는 곳이라는게 재미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호린지 의 허공장보살을 제작하여 안치한 사람은 하타씨 출신의 진도창(秦道昌) 스님(798∼875)이었다고 한다. (참고 http://www.inews365.com/news/article.html?no=420362) 5세기 가야계 신라인인 하타씨는 현지인들이 살 수 없어 방치한 갈대들판에 둥지를 틀고 제방을 쌓아 개척하여 신라인들과 함께 이민 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아라시야마의 입구로 인상적인 도게츠교(渡月橋)의 전신인 목조다리도 진도창 스님이 개설한 것이라고 하니 새삼 기억할 우리선조들이 많다.


 

교토 여행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는 길, 연구소팀의 후기에서 봤던 귀무덤을 지나칠 수가 없었다. 마침 인근을 지나치는 버스에서 내려 찾아간 귀무덤은 고요하고 둔덕은 크나 소박했다. 누군가 공물로 올린 맥주병이 한 쪽에 놓여있었다. 그 곁에 구운 밤 몇알이 든 봉투를 놓고 돌아섰다. 울컥함은 내가 사람이라서 일거라고 생각했다. 정류장으로 가는 가정집 즐비한 길은 너무나 평화로워 슬펐다.


 

오사카의 밤은 조용하지만 아름다웠다. 야경을 잘 볼 수 있는 타워를 올라간 건 아니었지만 지상의 밤도 즐길만 했다.


 

(사진) 오사카 시청


오사카 시청 인근을 흐르는 강 덕분에 저마다 특색있는 다리들을 한 번에 여럿 볼 수 있었다. 시청 근처는 우리나라의 을지로 같은 분위기였는데 시청과 더불어 금융과 관련한 건물들이 많아서였다. 특히 1903년 건축된 일본은행 오사카 지점 (日本銀行大阪支店)이 다리들과 어울리게 매력적인 야경을 만들었다.


 

(사진) 일본은행 오사카 지점


야경을 따라 관광지를 벗어난 일본의 또다른 문화체험은 재즈였다. 일본의 재즈 발상지라는 고베라던가 여름엔 재즈의 도시로 탈바꿈한다는 삿포로가 아닌 오사카였지만, 소소하게 진행되는 모임에 방문할 수 있었다.


 


인원의 대다수는 현지인이었지만, 삼분의 일은 여행객들이라 현지인까지 모두가 이방인 같은 느낌으로 대화했다. 오사카에서는 5~11월의 기간에만 운영하는 '돔보리 리버 재즈 보트'도 있다고 한다. 도톤보리강을 라이브재즈 연주와 함께한다는 말에 시간 제약이 있어 탑승하진 못했지만 다음기회는 꼭 만들어봐야겠다.




3박 4일의 일정 마지막 날, '떠남' 앞에서 석양처럼도 보이던 태양은 이른 비행기 시각에 서둘러 나와 처음 만난 일본에서의 아침해다. 끝은 또다른 시작이란 말은, 해돋이의 붉음과 석양의 붉음이 같아보이는 것도 해당이 될까. 타국의 직원들에게 문자를 보내며 아버지의 맘으로 걱정하며 좋은 기회를 내어주신 관장님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글.사진.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