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 안에 있다

2016.03.18-2016.08.21

@뮤지엄산 청조갤러리 1, 2


한국 미술의 산책 I

상설전

@뮤지엄산 청조갤러리 3


제임스 터렐

상설전

@뮤지엄산 제임스 터렐 전시관


  


한솔뮤지엄이 뮤지엄산으로 바뀌었다는 소식은 늘 그렇 듯 자료실에서 도록을 통해 알게 되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로도 유명하고 사진으로는 간접체험도 불가한 제임스 터렐의 전시관은 물론 가보고 싶었지만, 무엇보다 거리가 멀다는 것과 그럼에도 전시관의 운영시간은 일반 전시관과 같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알게 된 것이 3주년 기념 야간개장 이었다.


  


도착한 시각은 마침 도슨트 투어가 출발하는 시각이라 부랴부랴 티켓팅을 마치고 따라나섰다. 야간개장을 하는 기간은 웰컴센터를 나와 처음 마주하는 플라워 가든의 패랭이들이 만개하는 시기와 포개진다. 만개라고 하기엔 약간 부족했지만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다. 너른 정원에 작품과 더불어 핀 패랭이의 색과 향기는 시작부터 기분좋게 해주었다.


 


조성 전부터 있었다는 자작나무들은 그대로 살려 조경에 활용했다는 설명과 처음부터 전부를 보여주지 않고 동선에 따라 일부를 가리고 조금씩 보여주는 안도 타다오의 특징에 대한 설명에 우리는 방청객처럼 반응했다.


 

살짝이 보였던 조형물과 전시관이 등장했을 때 우리의 반응은 더 뜨거웠다. 검게 보이는 돌이 깔린 워터 가든과 전시관 거기에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형 입구>가 도드라져 보였다. 머리로는 육중하고 무게감 있는 작품임을 알면서도 워터 가든과 작품이 닿는 지점의 동그랗게 쌓인 돌들과 마감처리가 다시 날아오를 것 같은 가벼움을 느끼게 했다.


 

처음은 페이퍼갤러리로 시작했다. 미술관과 더불어 종이박물관을 만들고자 했던 의지로 종이와 관련한 많은 유물을 갖고있었다.


 
(사진) 네모 하늘을 만났던 파피루스 온실 / 벽의 상부에 이러한 공간은 외부에서 자연체광을 내부로 끌어들였다


안도 타다오는 여기에 세모.네모.동그라미를 숨겨두었다. 마치 숨은그림처럼 우리는 그것들을 찾을 수 있었는데, 페이퍼갤러리의 파피루스 온실은 네모난 하늘을 만날 수 있다. (한 화면에 들어오지 않아 찍지는 않았다) 실제 살아있는 파피루스보다 어쩐지 더 눈길이 갔던 이유는 그 덕분에 이 온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였다.


 


  

(사진) 삼각코트 / 에릭 오어의 조각 작품 / 백남준 관의 천정 원형창문


삼각코트에서는 삼각형 하늘을 만난다. 무의 공간이자 먼저 만난 네모=대지와 백남준 관에서 만나는 원=하늘을 연결해주는 사람을 뜻하는 공간이란다. 삼각형의 공간을 따라 중간에 난 기다란 창은 내부의 또 다른 주 조명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사진) 백남준 관, 백남준, 위성나무


백남준 관에서 마지막 동그라미를 만났는데, 무엇보다 천장의 작은 창으로 이곳은 더 신성해 보였다. 그 신성한 분위기와 작품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이 곳 백남준 관은 뮤지엄산이 소장한 백남준의 작품들 중 한 작품씩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이번 전시품은 <위성나무>였다. 한 공간에 하나의 작품만을 전시하다니, 그것도 감동이다.


 

'안도 타다오 뮤지엄산 스토리'라고 적힌 구획은, 1995년 박물관과 미술관이 공존하는 뮤지엄을 설립하겠다는 첫 취지의 수립으로부터 2006년 안도 타다오에게 설계의뢰와 이후 약 8년간의 공사 및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 5월 한솔뮤지엄으로 개관한 이곳의 기록이 모여있는 곳이다. 2014년 3월 뮤지엄산으로 명칭을 변경한 이곳이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존재했을까. '어디에도 없는 꿈의 뮤지엄'을 꿈꿨던 사람들 덕분에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감성'을 얻고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들이 꿈꿨던 것처럼.


 


여러가지 러프스케치와 사진, 모형. 안도 타다오의 다른 건축들도 볼 수 있다.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테라스 카페공간은 필수 코스다. 우리는 투어가 끝나고 카페로 이동했는데, 워터 가든의 새로운 얼굴을 보았다. 물 더러 거울같다고 표현할 땐 물의 맑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여기에는 다른의미로 적용할만 했다.


 


가격이 저렴하진 않지만, 전시를 한 번에 보기 힘들다면 휴식 후 다음 전시를 볼 힘을 얻을 수 있다. 테라스는 특히 추천할만하다. (약간의 날파리는 감내해야한다)


 
(사진) 입구 / 김기철, Sound Looking_Wind


특별전은 '자연, 그 안에 있다'가 있었는데, 그것 그대로 뮤지엄산을 떠올리게 하는 전시명이었다. 먼저 우리는 줄을서서 김기철 작가의 <Sound Looking_Wind>을 통과했다. 원형의 내부를 작은 원형의 스피커들이 달려있는 구조였는데 중심을 통과하면 스피커에서 나오는 바람소리를 들을 수 있다. (바람)소리를 지나치는 것은 마치 바람이 부는(지나치는)느낌이었고 살갗에 진짜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사진) 유근택, Vibration of Forest / Some Artist / Vibration of Forest 1 / 김보희, Towards


 
(사진) 이윤진, 순환 / 김진관, 검은콩

 
(사진) 김진관, 자연 / 자연 / 권오열, 낯선 숲-1206


 

(사진) 강운, 공기와 꿈 / 공기와 꿈(부분)


 

(사진) 이성자, 큰곰자리에 있는 나의 오두막 10월 95 외 / 청조갤러리 2로 가는 길


 

(사진) 김지원, 맨드라미 / 맨드라미 / 전미경, 바다


 

(사진) 이재삼, Dalbit-Moonscape / 에브리웨어, Cloud Pink


관객이 참여하여 완성되는 인터랙티브 형식의 에브리웨어의 작품은 누르면 검정색이 잉크처럼 뭉쳤다 사라지는 독특한 작품이었다. 분홍 구름을 한참 물들이는 재미가 들렸다. 


 


상설전인 '한국 미술의 산책 I'은 청조갤러리 3에서 열리고 있었다. 소장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상설전이라고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전시는 아니었다. 특별전을 꼼꼼히 보느라 지쳤지만 작품들이 워낙 보고싶던 작품들이 많은 탓에 관람시간을 줄일 수가 없었다.


 

(사진) 이쾌대, 상황 / 군상III


 

(사진) 이중섭, 아이들 / 두 아이와 물고기와 게


 

(사진) 박수근, 휴식 / 산책 / 사람들


 

(사진)최영림, 여인 / 엄마와 아기 / 여인 / 여인


 
(사진) 박영선, 누드 / 문신, 작업


 

(사진) 전혁림, 고향의 해돋는 아침 / 하늘풍경 / 장신구(노리개에서) / 전시장 풍경


  

(사진) 스톤 가든


제임스 터렐 전시관으로 향하는 중간에는 경주 신라고분을 모티브로, 원주 귀래석이 재료가 되어 만들어진 스톤 가든이 있다. 9개의 스톤마운트들은 각각 강원도 경기도 등 도의 이름을 달고 있었다. 정작 가든으로 내려가면 볼 수 없는 경관은 전시관에서 미리 보고 내려가야 한다. 박스 속 박스가 들어있는 전시관의 형태처럼 나가면 먼저 만나는 조지 시걸의 연인들도 둘레에 작은 박스처럼 벽이 쳐 있었다. 그래서 중간에 들어가 대화를 하면 안에서 울림이 독특했다.


 

(사진) 조지 시걸, 두 벤치 위의 연인 / 토니 스미스, 윌리


약간의 시간 휴식을 취하고 들어간 제임스 터렐 전시관. 관람 가능시각이 정해져 있기에 사전에 시각을 계산하고 가는 것은 필수다. 그 중에도 중간에 <스페이스 디비젼>을 볼 수 있는시간은 또 따로 정해져있어 우리는 그 시각에 맞췄다.

내부는 촬영금지다. 숨어있는 전시관처럼 숨겨진 작품들은 어둠 속에서 빛으로 선보인다. 전시관에서 나오면 마치 도깨비 놀음에 현실로 돌아온 것처럼 이질적인 광경에 잠시 정신이 없다. 몇 번을 관람해야 이 작품을 더이상 보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게 될까. 보았으나 보았다는 것으로 느껴지지 않는, 그래서 다시 돌아가서 봐야할 것 같은 기분에 (그러나 재입장이 안된다) 한동안 수돗가에 앉아있어야 했다. (보지 않으셨다면 꼭 보러가시길) 덕분에 추가요금을 더 내야 참여할 수 있는 스페셜 프로그램 Colourful Sunset이 더 궁금해졌다.


 

(사진) 제임스 터렐 전시관의 입구 / 출구


 


이 곳의 구석구석은 꼼꼼하게 들여다볼 수록 많은 것이 보였다. 전시관과 제임스터렐전을 모두 보고다면 드러나는 티켓의 밑둥은 산모양으로 남아있었고, 그것은 주변 풍경과도 겹쳐졌다. 나무나 풀을 소개하는 작은 푯말부터 바닥의 네모난 안내기둥, 구석구석 숨어서 음악소리를 잔잔하게 깔고있던 돌을 닮은 스피커까지 뭐 하나 신경쓰지 않은 것이 없다. 신경쓰지 않으면 잘 들리지 않는 음악소리는 조경이나 전시품의 해석을 방해하지 않을만큼만 들렸다.


 

(사진) 구석구석에 돌인양 숨어있는 스피커


 


처음의 약간 생겼던 불만은 완전히 사라졌다. 지인과 나는 어느새 멤버십 안내를 읽고 있었다. 8시까지였지만 종일 느릿하지만 구석구석 돌아다닌 탓에 허기가 느껴졌다. 완전히 밤이 되었을 때 전시관을 보고픈 마음은 다음으로 미루고 돌아나오는 길, 해넘이가 멋졌다. 해를 등에 지고 더 단단해 보이는 미술관을 바라보며 더 단단하게 오래 남아주기를 빌었다. 우리는 또 올테니.


글.사진.효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