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 이중섭 1916-1956

2016.6.3-2016.10.3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뜨거운 볕이 내리쬐는 8월 초, 서울아트가이드 6월 호 표지이기도 했던 이중섭전을 보기 위해 오랜만에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들렀습니다. 내리쬐는 햇살이 너무 뜨거워 해가 질때쯤 덕수궁으로 들어섰습니다.



해 질 무렵의 덕수궁은 빌딩 숲 사이에서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현대적인 공간과 전통적인 공간이 어우러져있고 어슴푸레한 저녁노을 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듯하였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이중섭의 탄생 100년을 기념하여 국립 미술관 역사상 최초로 이중섭의 개인전을 개최한다고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이중섭=황소로 알고 있으신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또한 작가의 작품들 중 유명한 그림만 알지 다른 그림에 대한 걸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황소를 그리는 사람이라고 마음 한구석에 그렇게 자리한 작가였습니다.


전시는 총 2개 층, 4개의 방으로 나누어져 있었으며, 시대별 흐름으로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세사람>, 1945년경, 종이에 연필, 18.2x28cm
출처: 이중섭전 공식홈페이지(www.jungseob.com)



첫 번째 섹션 1.식민시대 : 평양정주도쿄 1916-1945 / 2.해방과 전쟁 : 원산부산제주 1945-1953

초창기 그림을 보면 일러스트적인 느낌보다는 사람의 형태가 묘사된 그림들이 있었고 차츰 우리가 알고 있는 작가의 그림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일본 유학시절 만난 마사코에서 보낸 엽서화가 쭉 늘어서 걸려있는데 작가는 마사코에게 엽서에 글을 쓰지 않고 그림을 그려 보냈다고 합니다. 그림으로 마음을 표현했던 작가였습니다.



<은지화(두 아이)> 연도미상, 종이 위에 은지에 새김, 유채, 8.5x15cm
출처: 이중섭전 공식홈페이지(www.jungseob.com)


두 번째 섹션 1.이중섭의 은지화 1950-1955 / 2.전후 통영 1953-54

두 번째 방으로 들어가면 아주 어둡고 몇 개의 조명으로만 이루어진 방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은지화를 관람객에게 더욱 집중하게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방이었습니다. 은지화는 이중섭이 창안한 새로운 기법의 작품이라고 합니다. 양담배를 싸는 종이에 입혀진 은박을 새기거나 긁고 그 위에 물감을 바른 후 닦아내면, 긁힌 부분에만 물감 자국이 남게 되는 원리라고 합니다. 은지화는 작가가 너무 가난하여 캔버스를 살 돈이 없어 담뱃갑 속 은지를 사용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것은 설 중에 하나라고 합니다.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편지> 1954년 11월경



당신이 사랑하는 유일한 사람 이 아고리는 머리가 점점 더 맑아지고 눈은 더욱더 밝아져서, 너무도 자신감이 넘치고 또 흘러 넘쳐 번득이는 머리와 반짝이는 눈빛으로 그리고 또 그리고 표현하고 또 표현하고 있어요. 

끝없이 훌륭하고...... 

끝없이 다정하고...... 

나만의 아름답고 상냥한 천사여......더욱더 힘을 내서 더욱더 건강하게 지내줘요. 

화공 이중섭은 반드시 가장 사랑하는 현처 남덕씨를 행복한 천사로 하여 드높고 아름답고 끝없이 넓게 이 세상에 돋을 새김해 보이겠어요. 

자신만만 자신만만 

나는 우리 가족과 선량한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진실로 새로운 표현을, 위대한 표현을 계속할 것이라오. 

내 사랑하는 아내 남덕 천사 만세 만세.


출처: 이중섭전 공식홈페이지(www.jungseob.com)



<이중섭이 두 아들에게 쓴 편지> 1954년경



태현이에게.

멋진 아들 태현아. 편지 고마워요. 덕분에 아빠는 더욱 더 힘을 내어 열심히 그림을 그려요.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보았던 영화, 

재미있었나요? 아빠가 나중에 한 달쯤 지나서......도쿄에 가면 꼭 자전거 사줄게요. 

마음 놓고 건강하게 공부도 열심히, 엄마랑 태성이와 사이좋게 기다리고 있어요. 

아빠는 하루 종일 태현이와 태성이와 엄마가 보고 싶어 견딜 수가 없어요. 곧 만날 생각을 하니.....아아, 아빠는 너무 즐거워요. 아빠가


태성이에게. 

용감한 태성이, 잘 지내나요? 아빠는 건강하게 그림 잘 그리고 있어요.

태성이가 늘 엄마 어깨를 주물러 준다면서요.

정말 착한 아이네요.

아빠는 태성이의 상냥한 그 마음에 감격했어요. 앞으로 한 달만 있으면 아빠가 도쿄에 가서 자전거 사 줄게요. 

건강하게 엄마랑 태형이 형하고 사이좋게 아빠를 기다려주세요.

아빠


출처: 이중섭전 공식홈페이지(www.jungseob.com)



세 번째 섹션 1.이중섭의 편지 1953-1955 / 2.전후 : 서울 1954-1955

위층으로 올라가면 작가가 아내인 미야코와 아이들에게 쓴 편지들을 볼 수 있는데 이 방으로 들어가 편지의 내용을 읽어보면 가족을 너무나 사랑하는 작가 이중섭의 마음이 눈에 보인다. 사진으로 봤을 때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편지의 글들은 너무 사랑스럽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보여 안타깝기까지 하였다. 글 내용 중 작가는 아이들을 만나러 가기 위해 무척이나 들떠있고 기뻐했으나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자 편지 쓰는 것까지 그만두었다고 한다.



<시인 구상의 가족> 1955년, 종이에 연필 유채, 32 x 49.5cm

출처: 이중섭전 공식홈페이지(www.jungseob.com)



네 번째 섹션  1.전후 : 대구왜관 1955 / 2.마지막 순간 : 서울 1956 / 3. 아카이브

네 번째 방으로 들어가면 그림도 방도 어두운 느낌이다. 가족을 만나기 위해 살아가던 작가는 결국 마음이 힘들어서인 진 자책과 거식증을 동반한 정신적인 질환에 시달렸다. 이때 작가 이중섭을 도와준 친구가 시인 구상이다. 구상의 집에서 머무르며 요양생활과 작품 제작을 계속하였으나, 결국은 그렇게 그리워하던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세 번째 방으로 들어가면 사랑이 가득하게 채워진 아기자기하고 예쁜 손그림편지들이 늘어져 있어서 이 가족은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을 거라 생각하며 네 번째 방으로 와서 가족들이 만난 이야기를 계속 찾고 있었는데 머리를 한대 얻어맞았다. 가족을 만나지 못한게 내가 더 분한 느낌이었다.


이중섭전은 가족과 함께 와서 보면 더욱 좋을 전시인 것 같습니다.

얼마 남지 않는 전시기간 9월 푸르른 하늘, 가을바람맞으며 덕수궁에 한번 들러 작가 이중섭보다는 아빠와 남편으로써의 이중섭을 보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주애, 정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