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파라다이스 집에서 열리고 있는 홍범 작가의 개인전 '홍범.ZIP- 오래된 외면'展을 보고왔다.





지난 방문 땐 그룹 뮌의 작품 <PUBLIC KILLER>가 건물 정면부를 감싼 형태로 설치되어서 독특함이 뿜어져 나왔는데, 작품을 거둬내니 하얗고 작은 집채가 오도마니 앉았는 모습이었다.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다 보니 어떤 메인 출입구다 싶은 큰 문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몇초 우왕좌왕하다 오른쪽으로 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둑한 1층 벽면에는 3D애니메이션이 재생되고 있었다. 어떤 공간과 그 공간에 채워진 가구, 구조물들이 해체되고 재조합되는 과정이 보여졌다. 공간들은 색채가 없었고 나무나 콘크리트같아 보이는 재질이었다. 내가 아는 익숙한 방이었다가 공간의 요소가 해체, 재조합되면서 이질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파편화되고 분절화되어 있는 유년의 기억들을 고찰하고, 그 기억들이 재생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2층에 올라가니 소리가 들렸다. 늘어진 음이 한음절 들렸다 이내 곧 끊겼다. 소리가 들리는 곳엔 골동품 가게에서 봤음직한 오랜 나무기구가 있었다. 선과 점으로 이뤄진 맵핑이 인쇄된 종이가 늘어져 있었다. '기억 구조'를 상징하는 도형들을 연결한 후 각 꼭지점들에 구멍을 내 수동 오르골 장치와 연결한 작품이었다. 오른쪽 손잡이를 돌리면 오르골 소리가 났다. 어린 시절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데 종이에 그려져 나오는건 가닿을 수 없는 추상적인 언어였다.










옛 공간의 느낌과 생각이 담긴, 다양한 형태의 설치작품들이 이어졌다. 


먼 기억 속 작고 안온했던 우리집 마루, 당시 할머니와 함께였던 가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었다. 그것들은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지금은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이라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오랜 기억을 품고있는 주택, 파라다이스집에서 열리고 있는 홍범 작가의 전시. 집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파생된 기억과 경험, 감정들이 이 전시공간과 묘하게 교차되고 있었다. 전시 참 좋았다.



- 예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