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16.08.31-2017.01.15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1, 2전시실


매년 열려온 '올해의 작가'전에 이은 '올해의 작가상'전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중 가능하면 빠지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는 거의 유일한 전시다. 무엇보다 젊고 새롭고 분명한 자기색을 보여준다는 느낌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미있고 영감도 많이 받는달까. '열린미술관 열린 월요일' 덕에 월요일이었지만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휴일 없는 운영에 대한 불만은 잠시 접어두고.


 


전시는 작가 김을부터 백승우, 믹스라이스(조지은, 양철모), 함경아 순으로 작품을 볼 수 있게 동선이 짜여져 있었다. 매번 4팀의 작업물을 다 돌아보는데 커다란 에너지가 소모된다는 것을 알기에 걸음에 힘을 빼고 천천히 이동했다.


 
김을,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 / 갤럭시


작가 김을은 작품양이 어마어마했다. 작업실을 구현하여 직접 탐방하 듯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트와일라잇 존 스튜디오>도 놀랍지만, 그의 1,450여점의 드로잉들은 거대한 은하계를 이루고 있었다.


 
백승우, Framing From Within / Betweenless


김을을 떠나 발코니같은 공간에서 벽 전체를 덮은 사진을 만났다. 작가 백승우는 세상에 돌아다니는 수많은 이미지를 수집해 맥락을 지우고 변형, 재가공하여 새로운 방식으로 분류하는 '픽처그래퍼'라고 한다. 사진이라는 매체에 새로운 의미와 표현, 해석을 하는 실험가인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들에 질문을 던져보라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함경아, 악어강 위로 튕기는 축구공이 그린 그림


작가 함경아의 작품은 처음 이게 뭐지 싶은 느낌이었는데, 인터뷰에서 보다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촉망받는 축구 선수가 된 탈북 소년은 담담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었다. 그 주위를 그가 말한 이야기들의 파편이 축구화 바닥 요철인듯 붙은채 축구화와 소년의 둘레를 싸고 있었다. 인터뷰를 한창 보고나니 그가 물감을 뭍혀 퉁긴 흰 공간의 그림에 다른 감정이 실렸다.


 
믹스라이스, 아주 평평한 공터2 / 덩굴 연대기


팀 믹스라이스의 작품 역시 그냥 봐서는 알 수 없는 작품이었는데, 함경아의 작품이 그래도 작품같았다면 그들은 정말 이게 작품일까 의문을 자아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그것의 본질이 정곡을 찌를 때 더 큰 파장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이들의 작품이 내게 그랬다. 그들이 찾아다닌 나무들은 '주로 개발로 옮겨질 예정이거나, 임시로 심겨 있거나, 이식된 나무들, 그리고 마을의 오래된 나무들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옮겨지고 어디에 이식되었으며,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죽거나 원래의 어울림과는 다르게 (대부분 슬프게) 살고 있는 모습들이 사진과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또 하나 사람들을 찾았다. 마을이 댐에 수몰되어 다른곳에서 사는 마을사람들은 댐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었고, 곧 그들이 서있던 자리에 마치 앞에서 보여준 그 '나무'들을 상징하는 것들로 장면은 바뀐다. 그 순간의 충격이란.. 역시나 2016 올해의 작가상에는 이들이 뽑혔단다. 나 역시 이들의 생각과 길을 같이 하였는데, 때문에 더 와닿아서인지 작품을 둘러보고 여운이 너무나 커서 한동안 앉아서 쉬어야 했다.


 

마무리는 작가들의 아카이브였다. 전시관련 자료거나 기록인 것들도 있고, 재미있는 것들도 많이 보였다. 아크릴 박스에 손을 넣어 책을 넘겨볼 수 있도록 설치한 장치는 관객의 시각적.촉각적 욕구를 해소하며 자료를 보호하는데 좋은 것으로 눈에 들어왔다.


 


백승우 작가의 아카이빙 박스도 열어보고픈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눈으로 감상하며 만족했다. 국현이가 누군지 2016년에야 알게 된 김을 작가의 메모는 너무나 웃펐다. 역시 올해도 오길 잘했다 싶은 전시.


사진.글.효례